그린비의길라잡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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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살해된 약혼녀 용의자가 된 딸

posted-at2018.02.06 15:06 :: posted-in종합가이드 :: posted-by그린비[수]


영화 <침묵>은 <모던보이>, <4등>, <해피엔드>, <은교> 등 여러 문제작들을 연출한 감독 정지우의 작품이다.

나열된 작품들을 다 관람했다면 눈치챘겠지만 정지우 감독의 작품은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있으면서 소란스럽지 않다. 시끄러운 사건들을 만들어 영화를 이끌어가다가 반전을 통해 한 방에 영화를 마무리 짓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니다. 대신 처음부터 차근차근 천천히 분위기를 형성한다. 완급조절이 아주 탁월하며 어디서 힘을 줘야 하는지 어디서 힘을 빼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감독이라 할 수 있겠다. 과연 이번 영화 <침묵>에서는 어땠는지 살펴보자.



영화 <침묵>은 최민식,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등 연기파 배우들을 캐스팅해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로 그 흐름을 이끌어간다. 영화를 아무리 천천히 뜯어봐도 단 한 명의 배우의 연기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훌륭하다. 최민식의 딸 역할로 나오는 신인배우 이수경의 연기까지 굉장히 탁월하다. 일단 연기에 대한 걱정은 안 하고 봐도 된다.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살펴보자.

임태산(최민식)은 아주 거대한 그룹의 회장으로 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다. 그리고 임미라(이수경)은 그런 최민식의 하나뿐인 딸이다. 하지만 부녀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다. 임태산의 아내이자 임미라의 엄마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 안에 어떤 사연이 있든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박유나(이하늬)는 임태산의 새로운 애인이다. 임태산과 박유나의 사이는 꽤 깊어 이미 약혼을 한 상태이며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는 곧 박유나가 임미라의 새엄마가 된다는 뜻이다. 임미라는 이 사실이 싫다. 원래도 반항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던 임미라는 아빠와 박유나의 약혼 소식을 듣고 더욱 비뚫어진다.



그날도 임태산과 박유나는 여느 날처럼 호화로운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임미라 역시 여느 날처럼 클럽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 그러다 임미라에게 좋지 않은 동영상이 제공된다. 그것은 박유나과 과거 미국 유학 시절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찍은 섹스비디오이다. 이를 본 임미라는 박유나에게 문자를 보내 만나자고 한다. 임태산과 같이 있던 박유나는 임미라의 문자를 받고 클럽으로 간다. 임태산은 박유나에게 자신의 딸과 잘 지내려고 노력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박유나 역시 훈훈한 몸짓으로 이를 받는다. 하지만 그것이 박유나와 임태산의 마지막 인사이다.

클럽으로 간 박유나는 다음날 아침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임미라는 임태산과 박유나가 데이트를 즐기던 공원 근처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서 발견된다. 임미라는 완전히 만취상태이다. 누가 봐도 너무나 유력한 사건의 용의자는 바로 임미라이다. 돈과 명예 그리고 사랑까지 모두 다 가졌다고 생각했던 임태산의 앞에 큰 시련이 닥친다. 자신의 약혼녀는 딸의 손에 죽고, 자신은 지금 그런 딸의 재판장에 함께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는 불확실성에서 피어난다. 임미라는 술에 만취되어 어떤 상황도 기억하지 못하고, 이 사건에는 어딘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또한 재판을 기다리는 임태산의 행동 또한 굉장히 수상하다. 마치 박유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처럼 굴다가도 평생의 동반자를 잃어버린 듯한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또한 딸 임미라를 꼭 지켜줄 것처럼 굴다가도 갑자기 임미라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회사가 더 중요한 것처럼 굴기도 한다.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움직임 역시 수상하다. 임태산의 비서 정승길은 마치 유나를 증오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며 자신이 범인인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이처럼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각자 불확실한 심리와 행동을 보인다. 이 불화실한 심리변화와 그에 기인하는 행동변화는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긴장과 재미를 불러 일으킨다.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고 해결될 듯, 해결될 듯 해결되지 않는 이 사건과 재판은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배우 박신혜는 극중 임미라의 변호사 역할로 등장한다.

또한 배우 류준열은 죽은 박유나의 사생팬 역할로 등장한다. 이들은 사건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주변인물들로 비중이 높지 않은 것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재밌는 요소 또 한 가지는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인물보다 주변인물이 사건 해소에 더욱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아주 초반부터 영화의 흐름을 끌고 가는 사건을 등장시키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를 가진 영화는 자칫 그 해결의 과정이 지루할 수 있으며 쉽게 예상가는 스토리를 가진다면 관객들의 흥미를 다른 곳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기한 위험요소에 점령당하지 않고 탁월하게 극복해냈다. 마치 나선형의 고리처럼 사건의 본질에 천천히 다가가는 전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단순한 범죄 법정 스릴러보다는 한 차원 위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침묵 줄거리

재력과 사랑, 세상을 다 가진 남자 ‘임태산’(최민식) 

모든 것이 완벽히 행복하다 믿었던 그 날 

약혼녀이자 유명 가수인 ‘유나’(이하늬)가 살해 당하고, 

용의자로 딸 ‘임미라’(이수경)가 지목된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 

임태산은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그리고 최고의 변호인단을 마다한 채, 

미라의 무죄를 믿고 보듬어줄 젊은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을 선임한다.

미라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 

하지만 사라진 그날의 CCTV 영상을 갖고 있는 

유나의 팬 ‘김동명’(류준열)의 존재가 드러나며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살해된 약혼녀 

용의자가 된 딸 

가장 완벽한 날, 모든 것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