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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아내 곁을 지키는 남편의 절절한 순정, 줄거리만 들으면 신파도 이런 신파를 없을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한 수많은 영화에서 사용된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를 중국 5세대 거장 장예모 감독은 품격 높은 멜로드라마로 완성시켰다. 장예모와 그의 오랜 파트너 공리가 만난 영화 '5일의 마중'에 대한 이야기다. 

정치적인 신념으로 강제노동수용소에 오랜 기간 갇혔던 루 옌스(진도명)는 문화 대혁명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헌신적이었던 아내 펑완위(공리)는 기억상실로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다. 게다가 수감자 아버지로 인해 무용을 포기해야 했던 딸 단단(장혜문)은 아버지를 향한 원망을 쉽게 거두지 못한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이방인이 된 루는 아내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을 도우며, 허물어진 가정도 회복하고자 노력한다. 

감독은 문화 대혁명 시기의 암울한 사회상을 영화에 전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를 한 가정에 깊숙이 들이댔다. 역사의 소용돌이가 한 가족의 현재와 미래에 끼친 영향은 상당했지만, 영화가 주목하는 시기는 문화 대혁명이 끝난 지점부터다. 

사회 격변기 속에서 불완전한 삶을 살아야 했던 루는 개인의 신념과 사상을 고수하면서 놓쳐야 했던 가정의 재건에 몰두한다. 아픈 아내, 등 돌린 딸과의 관계를 회복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루는 남편 없이 고달픈 삶을 살았던 아내의 지난 20년을 알게 된다. 이를 통해 자신을 향한 아내의 깊은 헌신과 사랑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내 루는 선택의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남편임을 증명하기 위해 아내를 힘들게 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으로 아내 곁에서 남은 시간을 함께할 것인가. 기억의 회복이 아닌 동행의 시간을 보여주는 영화의 엔딩 시퀀스는 대사 한마디 없이도 충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는 관객의 눈물을 강요하는 값싼 신파와는 다른 마무리다. 

장예모는 문화 대혁명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가 개인에게 남긴 상처, 그 후 삶의 문제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담아냈다. 사회적인 비판과 풍자의 날을 거둔 대신 품격 있는 순애보와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가족드라마로 완성해낸 점이 인상적이다. 

'5일의 마중'은 거장 장예모의 한층 견고해진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중국의 국민 여배우 공리의 열연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감독과 배우로 처음 만나 십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파트너이자 연인으로 지내온 장예모와 공리는 영화 '황후화'(2007) 이후 각자의 길을 가는 듯했다. '5일의 마중'으로 무려 7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애정 관계를 배제하고도 여전히 최고의 파트너임을 입증해 보였다.

'붉은 수수밭'(1988), '홍등'(1991), '귀주 이야기'(1994) 등에서 서민을 대표하는 여성 캐릭터로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객의 가슴을 적셨던 공리는 명불허전 연기로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수 용소에서 도망 나온 남편을 만나기 위해 육교 위를 뛰는 공리의 모습은 그 옛날 '귀주 이야기'(1994)의 한 장면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그로부터 20여 년, 공리의 얼굴엔 그 옛날 풋풋한 느낌은 없다.

하지만 이 여배우는 주름 사이 배인 세월의 흔적조차 깊이 있는 연기로 승화해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그 어떤 사람보다 공리의 얼굴을 아름답게 담아낼 줄 아는 장예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5일의 마중'의 영어 제목은 '커밍 홈'(Coming home). 매월 5일에 남편을 마중을 나가는 아내의 모습을 압축한 한국 제목은 감독의 의도를 헤치지 않으면서도 국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상영된 이 작품은 오는 8일 국내에 정식 개봉한다. 상영시간 109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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